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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된장 Vol.1 · 명사탐방

명인을
찾아서

배달 된장찌개로 1등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된장이 달라야 했습니다. 그 된장을 찾아 전국을 돌던 정만희 대표가, 남양주 청양리의 이순규 명인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Prologue

왜 하필 된장이었나

배달로 쫄딱 망한 사람이 다시 찾은 답

저는 원래 배달을 했습니다. 배달 수수료 때문에 쫄딱 망했습니다. 그래도 다시 일어서야 했고, 이번엔 배달 된장찌개로 1등을 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옥된장이나 다른 된장 브랜드들과 부딪혔을 때, 그들을 이기려면 무엇이 특별해야 할까 오래 고민했습니다. 답은 단순했습니다. 가장 특별한 된장찌개가 되려면, 된장이 특별해야 한다.

된장찌개가 특별하려면,
된장이 특별해야 한다.

그때부터 전국 명인들의 된장을 사서 먹어보고, 직접 찾아가 맛을 봤습니다. 그렇게 돌고 돌다 남양주 청양리에서 이순규 명인의 된장 '뜰 안의 대자'를 만났습니다.

이순규 명인과 장독대
뜰 안의 대자 · 경기 남양주 청양리. 이순규 명인이 장을 담그는 장독대.
Chapter 01

명인을 찾아서

청량하면서도 묵직했던, 그 첫 맛

전국을 돌던 걸음이 남양주 청양리에서 멈췄습니다. 이순규 명인의 된장을 처음 먹어본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된장 자체가 굉장히 청량했습니다. 묵직하면서도 청량한, 된장 특유의 그 느낌. 이거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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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희

명인의 된장을 처음 맛봤을 때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옵니까.

이순규
명인

혼을 담아서 합니다. 인내와 노력과 시간이 꼭 필요한 일이에요. 끊임없는 기다림의 미학입니다. 재료 하나하나를 제 손으로 확인하고,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정만희

저는 그 청량하면서도 묵직한 맛에 반해서, 이 된장으로 식당과 프랜차이즈를 하고 싶다고 찾아왔습니다.

이순규
명인

처음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장은 사람 손을 타는 물건입니다. 아무에게나 내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Chapter 02

여섯 달의 삼고초려

"시판 된장을 1%도 섞지 마라"

명인은 쉽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섯 달을 찾아갔습니다.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전통 재래된장으로 찌개를 끓이면, 시판 된장에 길들여진 요즘 입맛엔 맛이 너무 셌습니다. 냄새도 청국장 같은 숙성취가 강했습니다.

보통 셰프들은 이 향을 잡으려고 시판 된장을 섞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명인이 오래 기다려 만든 그 숙성 향이 사라져 버립니다. 명인의 조건은 분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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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희

재래된장 향이 요즘 손님들에겐 셉니다. 셰프들은 보통 시판 된장을 조금 섞어서 그 향을 눌러요. 저도 그렇게 하면 안 되겠습니까.

이순규
명인

시판 된장을 섞으면 절대로 허락 못 합니다. 그건 제 된장이 아니에요. 애써 기다린 숙성 향이 다 사라집니다. 섞을 거면 시작도 하지 마세요.

정만희

그러면 명인 된장만으로, 그 강한 향을 잡는 방법을 제가 찾아오겠습니다.

이순규
명인

찾아보세요. 그 약속을 지킨다면, 그때 다시 이야기합시다.

Chapter 03

사백 번을 다시 끓이다

시판 된장 없이 발효취를 잡는 법

시판 된장의 어떤 성분이 냄새를 잡는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 성분을 찾으려고 400번 정도를 끓였습니다. 넉 달 동안 끓이고 버리고, 다시 끓이고 버리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됐습니다. 발효취를 부드럽게 잡는 방법이 사실 전통 방식 안에도 있었고, 알아보니 그건 쌀뜨물 성분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원리로 된장의 강한 맛과 향을 부드럽게 다스리는 '중화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시판 된장은 1%도 넣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백 번을 다시 끓였습니다.

완성한 찌개를 명인께 가져가 맛을 보여드렸습니다. "맛있다." 그 한마디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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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희

넉 달을 끓이고 버렸습니다. 시판 된장 없이 향을 잡는 소스를 결국 찾았습니다. 드셔보시겠습니까.

이순규
명인

(맛을 보고) 맛있습니다. 제 된장 그대로네요. 약속을 지켰으니, 이제 함께 해봅시다.

장을 뜨는 손
콩과 소금물, 단 두 가지 · 재료 하나하나를 명인이 현장에서 확인해 씁니다.
Chapter 04

명인의 된장

콩과 소금물, 그리고 딱 6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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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희

명인의 된장은 재료가 정말 단순하다고 들었습니다.

이순규
명인

딱 두 가지입니다. 콩과 소금물. 콩은 연천산 메주콩으로 100% 국내산을 씁니다. 소금은 씻어서 쓰는 천일염이에요.

정만희

소금을 세척한다는 게 어떤 뜻입니까. 천일염을 그냥 쓰면 안 됩니까.

이순규
명인

일반 천일염엔 갯벌 펄이 섞여 들어옵니다. 저는 고창의 깨끗한 염전에서 소금을 가져와 씻어서 씁니다. 씻으면 30% 정도가 손실돼요. 그만큼 더 비싸지죠. 그리고 소금은 간수를 빼야 합니다. 우리는 3년 간수를 뺀 소금만 씁니다.

정만희

숙성 기간은 왜 하필 60일입니까. 오래 두면 더 좋은 것 아닙니까.

이순규
명인

메주를 소금물에 넣어 숙성시키는데, 꼭 60일입니다. 60일보다 짧으면 숙성이 부족하고, 길면 콩 단백질의 좋은 성분이 간장으로 빠져나가 된장이 맛없어져요. 딱 60일이 된장의 최적점입니다.

정만희

메주에 붉은 것이 유독 많이 보이던데요. 다른 된장에서는 잘 못 본 색입니다.

이순규
명인

붉은 누룩, 홍국입니다. 우리 메주에는 그 붉은 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피어납니다. 잘 익었다는 표시이고, 된장의 빛깔과 발효의 개성도 여기서 나옵니다. 잘 익었다는 증거이자, 우리 된장의 특별함이죠.

01 콩
연천 메주콩100% 국내산
02 소금
천일염깨끗한 염전 소금을 씻어서, 간수를 뺀 소금
03 숙성
60짧으면 부족, 길면 좋은 성분이 간장으로 빠짐
04 홍국
붉은 누룩메주에 붉은 기가 눈에 보일 만큼 피어납니다
Chapter 05

천팔백 개의 항아리
그리고 마지막 육백 개

대를 이어 옹기를 굽던 도공 부자의 마지막 작품

명인의 항아리는 매일 관리해야 합니다. 벌레와 나쁜 곰팡이가 슬지 않도록, 바람과 햇살을 살피며 하루도 빠짐없이 돌봅니다. 그렇게 항아리 1,787개를 매일 관리하며 2년에서 4년을 숙성합니다.

항아리 하나 값이 약 100만 원입니다. 세라믹으로 구운 장인의 항아리라 그렇습니다. 일반 항아리는 몇 년을 못 버팁니다. 이 항아리를 늘리게 된 데엔 사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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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희

항아리를 크게 늘리셨다고 들었습니다. 계기가 있으셨습니까.

이순규
명인

어느 스님이 그러시더군요. "이렇게 팔리면 퍼내도 모자랄 텐데, 왜 더 안 담그느냐." 그 말을 듣고 바로 항아리를 사러 갔습니다.

정만희

그 항아리에 사연이 있다고요.

이순규
명인

20년 전 항아리를 사러 갔을 때였어요. 옹기를 굽던 도공 아버지는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셨고, 대를 이은 아들도 폐암 말기라 그달까지만 가마를 때려던 참이었습니다. 그 마지막에 항아리 600개를 주문했습니다. 도공 부자의 '마지막 작품'이었죠. 지금 진된장의 된장이 바로 그 항아리 안에서 익어가고 있습니다.

1,787

매일 돌보는 항아리

벌레와 곰팡이를 막고 바람과 햇살을 살피며 하루도 빠짐없이.

600

도공의 마지막 작품

대를 이어 옹기를 굽던 도공 부자가 남긴 마지막 600개.

2~4년

숙성의 시간

항아리 하나 값 약 100만 원. 세라믹 장인의 항아리.

붉은 고추를 올린 항아리
기다림의 그릇 · 도공 부자의 마지막 600개에서 지금 된장이 익습니다.
Chapter 06

기다림의 철학

된장이 4년을 익듯, 사업도 익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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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희

사업이 마음처럼 빨리 되지 않을 때, 명인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으셨죠.

이순규
명인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된장이 4년을 익듯이, 사업도 충분히 기다리고 가다듬어야 해요. 다만 멍하니 방치하면 안 됩니다. 된장독도 손을 놓으면 애벌레가 슬고 곰팡이가 핍니다. 돌보면서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게 기다리는 지혜예요.

정만희

그래서 저는 매일 브랜드를 조금씩 고쳐가며 잘 되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진된장의 1호 가치를 '기다림'으로 정한 이유입니다.

이순규
명인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치열하게 손을 놓지 않으며 기다리는 것. 장이 그렇게 익습니다.

우리의 1호 가치는 기다림입니다.
그냥이 아니라, 치열한 노력을 동반한 기다림.
이순규 명인
Chapter 07

두 사람의 동행

명인 가족이 사업 파트너가 되다

이 인연은 납품 관계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명인의 아드님이 프랜차이즈에 관심이 많아, 우리 회사 지분 약 30%를 투자해 함께 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맛의 원천을 만드는 분과 그 맛을 세상에 내놓는 사람이, 한 배를 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마음에 새깁니다. 명인께 정말 잘해야 한다. 100만 원짜리 항아리를 매일 돌보고, 도공 부자의 마지막 작품을 지키며, 60일과 3년과 4년을 기다려 만든 된장입니다. 그 무게를 아니까요.

In His Words
“된장이 익는 데는 4년.
그 기다림을 함께 지켜갑니다.”
이순규 명인 · 뜰 안의 대자
명인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
한 그릇의 결론 · 60일 숙성과 2~4년의 기다림, 사백 번의 실험이 이 한 그릇으로 모입니다.
Epilogue

고요한 기다림,
진심 담은 된장찌개

혼을 담아서 합니다. 인내와 노력과 시간이 꼭 필요한, 끊임없는 기다림의 미학입니다.

이순규 명인

진심이 아니면 못 씁니다.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그리고 기다리면 됩니다.

정만희 · 진된장 대표

이 된장으로 끓인 한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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